한국인 자기 관리 비결은 ‘김치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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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김장철이 다가왔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김치 사진을 보며 김치 섭취의 건강학적 이점을 다시 알아보자. ⓒGettyImages

매년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김장 문화를 계승하고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제정됐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이 되는 지금, 올해도 돌아온 김장철을 맞아 ‘밥도둑’을 넘어선 김치의 건강학적 이점을 다시 정리해봤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김치와 함께면 살 덜 찐다
배추를 각종 양념과 함께 버무리는 김치는 짜고, 매운맛이 난다. 하지만 혀끝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달리 김치에는 다이어트 비결이 숨어있다. 세계김치연구소(WiKim) 연구진은 2017년 김치에서 유산균 ‘WiKim31’을 분리해내고, 비만 예방 효과를 동물 실험으로 확인했다. WiKim31은 김치연에서 분리해낸 31번째 유산균이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태어난 지 4주 된 어린 쥐 두 마리에게 모두 지방이 듬뿍 든 고열량 사료를 먹였다. 그중 한 마리에게만 매일 WiKim31 유산균을 10억 마리씩 먹였다. 고지방 식이로 인해 두 마리 모두 살이 찌긴 쪘다. 하지만 먹는 음식도, 활동량도 유사한 데 몸무게 차이는 3~4kg가량 났다. 표현하자면 한 마리는 비만해지고, 한 마리는 통통해졌다.

▲ 김치의 항비만 작용 원리 연구를 위한 동물 실험 장면. ⓒ세계김치연구소

비만 쥐에 비해 통통한 쥐는 지방량도 30%가량 적었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와 간 기능 등 비만과 관련된 지표도 함께 개선됐다. 통통한 쥐의 장에서는 지방분해 효소 분비를 촉진하는 장내 미생물과 비만 예방 효과가 있는 미생물의 비율이 늘었다. 즉, 김치 속 유산균 WiKim31이 쥐를 지방이 잘 분해되는 체질로 바꾸었단 의미다.

이어 지난 12월에는 생김치의 비만 개선 효과도 확인했다. 기존 김치의 항비만 효과 연구는 김치 추출물이나 김치가 첨가된 사료를 이용해 진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사람이 생김치를 통해 유산균과 영양성분을 직접 섭취하는 것과 달라 김치의 기능성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최학종 김치연 박사 연구팀은 고지방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생쥐에 일주일에 6일씩 10주 동안 하루 120mg 배추김치를 경구투여한 결과 체지방이 31.8% 감소함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비만에 의한 시상하부 부위의 신경 염증 및 뇌혈관장벽 손상 정도가 약 39% 개선됐다. 김치 섭취가 유용 미생물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장내 생착을 돕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장해춘 김치연 소장은 “추후 임상시험을 통해 김치가 현대인의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김치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연구 결과를 널리 확산시켜 김치가 세계인의 건강한 음식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김치 섭취에 따른 비만 개선 작용기전. ⓒ세계김치연구소

 

아토피 피부염 예방과 증상 개선에도 효과
한편 김치연 연구진은 2017년 간편한 섭취만으로 아토피 피부염을 부작용 없이 예방할 뿐만 아니라 개선까지 가능한 김치유산균 WiKim28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김치로부터 아토피 피부염 개선 효능을 보유한 유산균을 분리하고,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시킨 실험 쥐에 45일간 먹였다. 그 결과 생쥐의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약 40%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 유발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혈중 면역글로불린E(IgE) 생성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WiKim28이 사균 형태로도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렇게 되면 유산균 제제뿐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어린이를 공략한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식품에 활용이 가능해진다.

▲ WiKim28의 전자 현미경 사진. ⓒ세계김치연구소

 

코로나19 팬데믹 때 역대 최고 흑자를 기록한 이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김치 수출은 흑자를 기록했다. 2021년 김치 수출액은 약 1억6,000만 달러(약2,079억2000만 원)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김치가 면역 증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주목을 받은 덕분이다.

실제로 김치의 코로나19 증상 완화 효과를 증명한 연구도 있다. 김치연과 프랑스 몽펠리에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2020년 12월 국제학술지 ‘Clinical and Translational Allergy)’에 보고한 연구다.

공동 연구진은 국가별로 코로나19 발생률, 증상 심각도, 사망률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추적했다. 한국 등 동아시아와 사하라 인근 아프리카 국가에서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았다. 사망률이 낮은 국가 중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김치와 같은 발효 채소나 다양한 향신료를 많이 섭취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추가로 분석한 결과 배추 속 설포라판, 마늘의 알리신, 고추의 캡사이신, 생강의 진저롤 등 각종 영양 성분과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산균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줬다. 이들은 인체 내 항산화 시스템인 Nrf2와 상호 작용하여 코로나19 감염으로 야기되는 인체 내 유해할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이들 성분은 인체 내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채널의 활성을 잃게 만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명예교수는 “김치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데다, 염증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상 완화에 매우 효과적인 식품”이라며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낮고, 중증 환자가 적었던 것은 김치 덕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장기간 숙성시킨 묵은지는 다른 김치에 비해 바이러스 저항성이 뛰어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GettyImages

바이러스 예방에는 묵은지!
최근에는 저온에서 숙성된 묵은지로부터 바이러스에 저항성이 뛰어난 김치유산균을 발굴한 성과도 냈다. 일반적으로 담금 직후부터 2~3개월 숙성된 김칭와 관련된 연구는 활발히 이뤄졌지만, 장기간 숙성된 묵은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김치연 연구진은 묵은지 속 유산균의 특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우선 연구진은 대한민국 전역에서 영하 2℃에서 영상 10℃ 사이 저온에서 6개월 이상 발효시킨 묵은지 시료 34개를 수집했다. 수집된 대부분의 묵은지는 ‘페디오코커스 이노피나투스’라는 유산균이 우점균으로 나타났다. 유전체 분석 결과, 페디오코커스 이노피나투스는 매우 잘 발달한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크리스퍼란 세균이 과거 자신에게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자신의 유전자 특정 부위에 저장해, 향후 유사한 바이러스 침입자가 생기는 경우 그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이기도 한 장 소장은 “묵은지 속 우점균인 페디오코커스 이노피나투스는 크리스퍼 시스템의 유전자 구성 중 하나인 카스(Cas) 유전자 외에 카스의 전사 인자인 ‘csa3’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며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형 면역 방어를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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