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조직 채우는 ‘조직 재생 필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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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 미용 시술에 쓰이는 필러처럼 주사기로 간단히 근육 손상 부위에 주입할 수 있는 조직 재생 필러 소재가 개발됐다. ⓒGettyImages

피부 미용에 쓰이는 필러처럼 주사기로 간단히 근육 손상 부위에 주사하는 새로운 보형물 소재가 나왔다. 손상 부위에 보형물을 주입하면 곧바로 정상 근육처럼 행동한다.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외상 환자들이 외과적 수술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즉각적인 재활 치료 도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염증 유발하는 딱딱한 보형물 대신 조직처럼 부드러운 소재
심각한 근육 손상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만성적으로 근육이 기능적으로 결손되고, 이로 인한 장애가 유발될 수 있다. 근력 감소로 인한 환자 삶의 질 저하를 막으려면 근육의 정상적 회복을 촉진하는 동시에 빠른 재활 도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근육이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재활을 도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근육 손상을 피하기 어려웠다. 즉, 단시간에 환자의 보행 재활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재활에는 주로 보행 보조 로봇 등 웨어러블 장치와 체내 이식형 소자가 통합된 ‘폐회로 보행 재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체외 장치와 체내 조직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려면 손상된 조직 부위에 소자를 이식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소자들은 크기가 커서 복잡하고 작은 손상된 조직 영역에 이식하기 어려웠다. 또한 딱딱한 소자가 부드러운 조직에 마찰을 일으켜 염증이 유발된다는 것도 문제였다.

▲ 손상된 신경‧근육 회복에 있어 보행 보조 로봇 등 웨어러블 장치와 체내 이식형 소자가 통합된 ‘폐회로 보행 재활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Flickr

 

필러 같은 하이드로젤 소재 사용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은 생체조직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조직에 잘 접착되고, 전기 저항이 작아 근육과 신경의 전기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연구진은 피부 미용용 필러로 쓰이는 히알루로산 소재를 기반으로 조직처럼 부드러운 하이드로젤 소재를 만들었다. 여기에 금 나노입자를 투입해 전기 저항을 낮췄다. 또한, 기계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분자들이 자유롭게 재배열하게 제조하여 필러처럼 주사로 국소적 손상 부위에 주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손상된 근육과 신경에 제작한 보형물을 주사로 주입했을 때, 좁고 거친 손상 조직 표면에 보형물이 밀착 접촉됨을 확인했다. 나아가 보형물은 조직 손상 부위를 채워 건강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보형물 자체를 전극으로 사용하여 조직에 전기 자극을 가하거나, 조직으로부터 발생하는 신호를 계측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은 손상된 근육이나 신경에 주사처럼 주입할 수 있는 재활 보형물 소재를 주입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빠른 조직 재생 및 재활 효과를 확인했다. ⓒIBS

손동희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교수는 “우리 연구진이 제시한 새로운 바이오 전자 소자 플랫폼은 재활 치료가 어려운 신경근계 환자들의 재활 여건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기생리학적 신호 계측 및 자극 성능을 활용하면 향후 인체 내 다양한 장기의 정밀 진단 및 치료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빠른 근육 재생 및 재활 효과도 확인했다. 경골전방근육이 30% 이상 손상된 설치류 모델의 조직 손상 부위에 제작한 보형물을 주사하고, 말초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싱 소자를 이식했다.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조직 손상 부위에 채우는 것만으로도 조직 재생이 개선됐다. 신경 전기 자극을 주었을 때 발생하는 근전도 신호를 계측하여 보행 보조 로봇을 작동, 소동물의 보행을 성공적으로 보조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신경 자극을 따로 주지 않아도 전도성 하이드로젤의 조직 간 신호 전달 효과를 이용하면 로봇 보조를 통한 소동물의 보행 재활 훈련이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조직이 손상되어 잘 걷지 못하던 실험 쥐는 단 3일 만에 로봇 보조를 통한 정상적 보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 개발한 ‘재생 필러’를 손상된 근육과 신경에 주입하자 즉각적으로 정상 근육과 유사한 특성을 보였다. ⓒNature

1일 진행된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신미경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교수는 “피부가 봉합되고 안정적으로 재생될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3일 후 재활 훈련에 돌입했지만, 근육 자체로만 봤을 때는 즉각적으로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며 “이 정도의 손상이면 이전에는 일주일 이상 지난 후에 재활 훈련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발된 소재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근육과 신경뿐만 아니라 전기가 전도될 수 있는 다른 장기의 재생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11월 2일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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